이성결혼만이 옳은 것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게 되었다. 인도 사람들도 동성결혼 찬반 투표를 이미 마친 후였고
영원토록 나는 익숙해지지 못한채로 이렇게 외줄타기 하듯 살아야겠구나. 이런저런 생각에 집 갈 생각도 못한 채 병원 정문에 서서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어둠이 병원 주위를 감쌌고
자줏빛 용담화 이름모를 들꽃들..하지만 일행의 분위기가 봄풍경만큼 좋지는 못했다.
병사들이 자기들끼리 수근대며 떠드는 얘기로 우리는 전선의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유렉카는 이 세계에서 반야만인들이었다.유목민들이 서부 사막에서 유랑하며 살다가 십여년전부터 서부초원과 평야를 차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게 점차 제국내로 밀고 들어와 산악지대의 국경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소 곤란한 점은. ..성기사단과 푸른 용 기사단이 교대로 엄호를 맡는 모양인지 로빈황자가 뒤에 있을 때가 종종 있었다.그럴 때면 슬며시 내곁에 와 안부를 묻곧 하는 것이다.
"사제님?피곤하십니까?"
내가 정인이 있다는 걸 알텐데도 지나치리만큼 친절했다.
그의 과도한 친절에 네네도 이따금 의아해했다.
산행이틀만에 군대는 산맥사이의 구릉에 막사를 치고 휴식을 취했다.
나역시 네네와 막사를 배정받기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씨씨 저거봐.구교사제들 막사는 양지바른 데 자리를 주고 장막도 훨씬 좋잖아."
네네가 불만스러운듯 속삭였다.
우리는 운이 좋은 건지 배려받은 건지 담당사제가 둘만의 작은 막사를 지정해주었다.
막사주위를 살펴보려고 걸은지 오분도 안되어 나를 부르는 음성이 들렸다.
"사제님.잠시만 이리 오시지요?"낯익은 음성의 주인공은 역시 로빈 황자였다.
그는 낯선 남자사제들을 대동하고 있었다.짙은 바다색군복차림인걸보니 구교사제들이 분명했다.
"구교신전의 사제들입니다.사제단을 총괄하는 사제장 밀러와 부사제장 카르라고 합니다."
갈색머리와 네네처럼 적발이 섞인 검은 머리의 두 젊은이가 내게 인사를 건냈다.
얼굴을 보았지만 직접 인사한 적은 없었다.난 허리숙여 인사하면서도 의아해했다.
"사제이면서 여의사시라고요?"
"치유력이 대단하시다지요...?"
그들은 궁금해하면서도 호기심어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나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신교의 여사제에게 구교사제들을 소개해서 어쩌겠다는건지..정말 곤란할 일은 얘기하란거야?부탁할 일도 없는데?
"황자님이 널 좋아하는거 아냐?"
나흘째 저녁 막사에서 네네가 나직하게 물었다.
"쓸데없는 소리...그주위에 명문가문의 귀족출신 예쁜 아가씨들이 얼마나 많은데..궁에서 로빈황자 주위에 몰려드는 숙녀들의 열정을 봤으면..너도 그 집념에 질릴거다."
나는 야전침대에 지친 몸을 뉘이며 대꾸했다.병영에서 몰래나가 냇가의 찬물에서 머리를 감은탓에 몸이 덜덜 떨렸다.출발전에 머리를 좀 자르고 왔는데도 역시 야외에서 머리감기가 쉽지않았다 .산을 타기시작한지 사흘만에 머리를 감을 수 있었다.우리는 원정나온뒤 샘만 보이면 얼굴과 손발을 씻곤했다.서쪽으로 오니 점차 날씨가 더워지며 그만큼 물이 귀했고 간절히 몸을 씻고 싶었다.
강골인 네네는 밤중을 틈타 나에게 주변을 살피게하고 흐르는 시냇가의 찬물에 목욕까지하고 왔지만 나는 그렇게 강한 체력이 아니다.
사람눈에 띄지않는 곳에서 더운물에 목욕이나 했으면 바랄게 없겠다.원정나오니 매일 저녁 씻는 게 큰 불편이었다.신전에서는 작으나마 전용욕탕이나 있었는데...
"너도 귀족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불과 3m도 안된 거리의 서정후씨는 본인이 여자친구 있는걸 모르고
다시 바 문을 열려니 좀 머쓱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 뒤에서 열심히 칵테일을 만들고 있을 서정후씨가 생각났다.
눈알을 굴리며 어떡하지 하는데
옷도 예쁜 옷 많이 사주셨는데
대체로 푸르른 나뭇잎이 보였으나
자세히 보면 곳곳에 관리 잘된 예쁜 꽃들이 하나둘씩 자리 잡고 있었다.
크게 숨을 들이키자
구원에는 반드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전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던 나는
나가서 잠시 저랑 얘기 좀 하실까요?”
혹시라도 환자가 들을 까 병실 밖으로 나와 문앞에 기대섰다.
남편만큼이나 지칠때로 지쳐버린 그녀도 처음과 비교하여 너무 말라있었다.
“오늘 혈액검사는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크게 좋아지지도
지-잉
“네”
- 교수님
잠자코 있어.유모가 오기전에 빨리 씻어야해".그가 젖은 손으로 그녀의 하얀 등을 찰싹 때리자 그녀가 낮은 비명을 질렀지만 그는 그녀의 긴 젖은 머리를 감겨 물속에서 건져올렸다.
"오라버니
죽어도 날개 하나 생기질 않던데요. 그들 주장대로면 진작 인간도 날개가 생겼어야 하고
따라서 그도 발걸음을 멈쳤다.
아주 천천히 얼굴을 돌려 나를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 예쁜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랑 미국 갈래?”
“무슨 일 있었어?” 못 들은 것 마냥 다시 되물었다.
“나랑 미국 가자”
“가면? 뭐 나랑 결혼이라도 하게?” 하며 비죽 웃었다.
결혼이라니
침대 옆 간이 침대에 앉아 남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가 많이 불편하지는 않으세요?” 최대한 밝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