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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 간음죄는 현행 성폭력 범죄의 체계가 폭행, 협박과 같은 유형력의 행사를 구성요건으로 요구하여 상대방 동의 없는 간음에 대한 처벌 공백이 발생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형법 제297조 강*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여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간음할 것을 구성요건으로 한다. 따라서 현행 강*죄는 물리력을 동반하지 않는 성범죄로부터 피해자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비동의 간음죄는 폭행·협박을 사용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동의가 없거나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성관계를 하면 처벌하자는 것이다. 즉 강*죄의 구성요건 중 폭행·협박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동의 간음죄가 도입되면 권력형 성범죄, 그루밍 성범죄, 공포나 강요로 마지못해 한 성관계도 강제 간음죄로 처벌할 수 있다.
이러한 입법 취지는 동감하나, 도입 여부에 관한 논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명확성의 원칙, 형법의 보충성, 입증의 곤란성 문제로 비동의간음죄를 도입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우선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하면 실질적 동의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고 입증할 것인지 문제 된다. 계약서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 명시적 동의를 받아낸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실질적 동의라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가해자를 위한 면죄부로 전락할 여지가 있다. 또한 그 동의서나 계약서가 강압에 의한 것인지 문제가 될 수 있고, 동의했더라도 갑자기 내심의 변화로 철회하고 싶다면 어떻게 처리할지도 난점이다.
이렇게 비동의 간음죄는 동의 여부가 핵심적인 구성요건요소인데도 동의 개념이 지나치게 불확정적이어서 명확성의 원칙에도 정면으로 반한다.
게다가 성행위 당시 동의 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우며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구성요건이 되는 동의 여부의 입증책임은 원칙적으로 검사에게 있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피고인이 반대 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하여 입증책임이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형사법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한다.
또 다른 문제로 비동의 간음죄가 입법화되면 성행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피해자 진술만으로 쉽게 범죄 피의자가 될 수 있어서 가해자의 처벌 여부가 전적으로 피해자 의사에 좌우될 수 있다. 합의금을 목적으로 비동의 간음을 유도하는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으며, 죄의 성립 여부가 전적으로 피해자 진술에 의존하므로 전문적인 헌터가 등장할 우려가 있다.
형사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을 정할 때는 반드시 미리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비동의 간음죄는 성행위 자체를 구성요건으로 하면서도 동의 여부는 오직 피해자의 진술로 판단하므로 가벌성이 지나치게 확장될 수 있다.
또한 형법의 개입은 반드시 최후 수단적이고 보충적이어야 하는데도 법이 대다수 국민의 은밀한 사생활까지 침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인권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수사력과 사법 행정력의 낭비이기도 하다.
현재 언급되는 비동의 간음죄 개정안들은 아직 많은 한계가 존재하여 이를 섣불리 도입하자는 견해는 심히 우려된다. 비동의 간음죄 논란은 일각에서 성 대결로 비화하고 있으나 이는 비단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며 오히려 ‘국가 대 사인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실무에서 수많은 성범죄를 다뤄보면 그중에는 파렴치한 범죄도 있지만 비범죄와의 경계선상에 놓인 안타까운 사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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