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카드빚을 갚고 나면 1만 원밖에 안 남을 거 같아요.”
“그럼 지금 있는 그 12만 원은 결국 나중에 들어올 돈까지 다 합친다 해도 월세를 내기엔 부족한 거네요. 최종 1만 원이 남는 거면?” 민지가 말했다.
“카드빚이 107만 원이고 22만 원 월세를 구하면 1만 원밖에 안 남게 돼요. 보증금 있는 곳은 구할 수도 없고요. 그냥 고시원 수준이라서 22만 원만 내는 것인데
대도주위의 홍수수습은 어떻게 되어가는지요?"
"미관말직이지만 짐의 글방동기 둘을 보내 구휼하게했다.도저히 추수기에 조정에 있는 태후의 인척들을 믿을수 없어서..강남이나 서북의 농사가 그나마 잘되어 다행이야.대도로 양곡을 수송하라했으니.."
"오라버니가 황궁을 수리하는 것보다 백성들을 구재하는데 더 마음을 쓰시니..종묘사직의 홍복입니다.곧 추수기이니.."
그녀가 미소지었다.
"그게 먼저 아니겠느냐?그렇다고 황궁담을 수리하기전에 몰래 나다닐 생각은 마라.겨울전에는 보수를 끝내야할것같아 내일부터는 공부의 병졸들이 수리를 할테니..병졸들에게 봉변당하고싶지않으면.."
그가 웃으며 대꾸했다.
"병졸들에게는 군역대신 황궁담을 쌓는 부역을 시키는 건가요?"
"그래..추수기이니..농사짓는 백성들에게 짐을 지울수없지"
"소주방에 쌀과 고기를 넉넉히 준비해주라고해야겠군요.술도 필요하겠군요? 금주령이내려진 시기인데 ..."
"그렇게 마음씀이 너그러운데 이리 말괄량이라니.."
"지금 술을 담그면 공사가 끝날쯤에나 익을 거에요."
"그때쯤 금주령을 해제하마."
잠자리에 들기전 유모가 약탕을 올렸다.
"이리와.현아."
그녀는 싫은 얼굴이었지만 그는 재빨리 찡그리는 얼굴의 그녀를 붙잡아 입을 벌리고 억지로 약을 먹였다.
하지만 그녀는 침상에서 투덜거리듯 졸랐다.
"이제 유어의에게 탕약을 올릴필요는 없다고 일러주세요.멀쩡한 사람에게 무슨 약을 사흘씩이나 먹이다니.황명이랍시고...돌팔이같으니. "
"그래?아프지않으면 안마셔도 돼.하지만 정말 다치지않았나 보자꾸나..멍이라도 안들었나?"
그가 장난스럽게 그녀의 침의자락을 풀어당겼다.
"오라버니 뭐하시는 거에요?"
그녀가 질급하며 자신의 속옷자락을 헤집는 그의 손을 밀어내며 몸을 움츠렸다.
그가 웃으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오라버니에게 혼난게 소문날까봐 걱정인거냐?유모에게 그 은침을 놓아달라는게 나았을려나?"
그가 경고하듯 한마디했다.
"다시 월담하는 날에는 한동안 걸을 필요없이 가마에 실려다녀야할거다.현아가 오라버니에게 그토록 혼난걸
"어의 말로는 어혈이 심해서 전신의 기가 놀라서 그렇답니다."
"나도 알아 ..말린 쑥과 박하잎이나 보내달라고 해.."
"마마 지금 드셔야해요.황상께서 걱정하셔셔 달여올리라고 한 것이니..
"거기 둬.식으면 마실테니.."
그녀는 유모 몰래 멍든 데 약을 바르려고 했지만 이내 들키고 말았다.
아니나 다른까 몇군데 멍자국이 몇군데 나 있었다.
그녀는 서둘러 속옷을 걸쳤으나 유모는 한심한 듯 잠시 바라보다가 비단 속바지위에 속치마를 입혀주며 물었다.
"이럴땐 따뜻한 데 누워 한증을 좀 해야하는데... 종일 땀좀 나셨을텐데..몸이 좀 개운하지않으세요?"
그녀는 대답하지않았다.
"윤사월이 너무 더워."하지만 땀을 푹내니 몸이 좀 낫긴하다.
"그건 뭐지?" 옷을 갈아입다말고 그녀가 문득 유모가 풀어 정리하던 옷가지를 보고 물었다.
"침방에서 하루종일 지어올린 속옷들입니다. 웬일이냐고 물어 황상께서 마마가 낙마하고나서 마마의 속옷이 오래된 듯하다고 준비하라고 한 것입니다."
"속옷까지..."
"그리 야단치시고도 이리 마음쓰시는 황상도 없을 겁니다. 오라버니인지 부친인지.."
"원래 내 육촌오라버니였잖아."
"어린시절에도 자주 업어키우셨지요.예나 지금이나 마마는 응석이 심한 것같군요."
"떼도 사정봐가면서 써야지요."
유모는 흰 비단 침의를 입혀주며 충고하 듯 타일렀다.
"쓴 탕약보다 따뜻한 찜질이 나을텐데.."
침상에 기댄채 그녀는 방석위에 앉아 내심 투덜거리며 서책을 뒤적였다.
발목에 댄 약초내가 코끝까지 스며왔다.누가 보기전에 빨리 사라져야할텐데...
형부의 역대판결을 공부하라고하는데 봐도봐도 혼란스럽다.황상의 지시라고 소관자가 아침에 갖다준 형률책에는 무거운 벌이 많다.
"황명이면 사약이라도 마셔야하는데 수시로 꾀를 부리니... 짐이 내린 탕약이 그리 못마땅한거냐?"
머리위에서 그의 음성이 들렸다.
"곤녕궁에 안가셨어요?"그녀가 의외라 책을 덮으면서 일어서며 물었다.
"말썽꾸러기가 잘 있나 보려고 왔지."
그녀는 새침하게 등을 돌려 앉으려했지만 아야소리가 튀어나왔다.
그가 쿡쿡 웃었다.
"당분간 걱정안해도 되겠군.며칠동안은 몸조리하느라 꼼짝 못할테니.."그가 그녀의 곁에 앉더니 냉큼 탕약을 들이댔다.
"빨리 일어나고 싶으면 마시는 게 좋을 거야."
그녀는 할 수없이 약을 삼켰다.
"그리 신첩을 걱정하시면서 어린애처럼 벌을 주셔요?"
그녀가 투덜거렸다.근래 아이처럼 야단치고 나서 달래는 일이 늘었다.다 큰 처녀한테 볼기까지 치다니..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대가 자초한 일이야.아무리 호기심이 나도 절제할 건 절제해야지.꾀부릴 일도 따로 있지.한번 따끔하게 혼나봐야 수업에 태만하지도않고 다시 말썽을 안부리지.하지만 종마때문에 이리 다친 줄은 몰랐어.현아는 말을 잘타니.."
그가 다소 후회스러운 듯 말했다.
"오늘은 보름인데.."
"황후에게 소관자를 시켜 근신을 명했다.명예를 유지하자면 그게 낫겠지.당분간 얼굴보고 싶지않다."
그가 얹잖은 음성으로 말했다.
"아비와 오라비가 그토록 조정에 물의를 일으켰는데 관대한 거 아니겠느냐?"
"그래도 동정은 할 수 있잖아요
오늘은 총각 판사님이 하신 것이다. 타임머신 속 재판은 신기하게도 다 젊은 분들이 판사로 나오고 변호사도 검사도 다 젊었다. 최동후 변호사는 아직 미혼이지만
닥터 화이트가 농담기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녀는 현재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현실적 요소에서 대피 중인 상태입니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이 만든 공간에서 자신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살아 가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흐음… 하는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렇다는 건 그녀의 상태가 경고 선을 지나 이미 위험 선을 넘어 서고 있다는 것을 말했다. 입가에 웃음기를 거두며 나는 말했다.
“그렇다면 이미 빠져 나오기 힘들어진 것은 아닐까요? 시기가 지났다면 저도 무리일 수 있습니다.”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시기가 많이 늦어진 건 사실이지만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아직 의식이 끝나지는 않은 모양이니까요. 그리고
그 말이 입 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그 집에 가 보니
편안히 돌아가실 수 있도록 조금씩 도와드려야해요. 보호자분도 마음 준비 하셔야죠”
우는 보호자를 겨우 달래주고
"
"천성이 타고난 말괄량이이니..그래.
그들이 말을 하나요? 진화한다면서요? 그럼 원숭이가 말을 해야 돼요. 수천 년간 원숭이가 말하고 돼지가 말을 해야 하고 사람처럼 옷을 스스로 입어야 하는데 그들은 몇천 년간 말을 한 적이 없답니다. 말하는 기능조차 생기지 않았는데
꿈 깨 보니 왕자님은 온데간데없고.” 박민지가 말했다.
“최동후 변호사가 왕자잖아. 잘생겼지. 마음씨 좋아. 따뜻한 사람인데?” 최혜나가 말했다.
“변호사님이 왕자라고? 왕자는 그야말로 왕자인데.” 민지가 황당하다는 식으로 말했다.
“현실에서는 절대로 왕자 못 만나거든. 꿈 깨셔. 영국이라면 몰라도. 아무튼 꿈 이야기 궁금한데.” 최혜나가 말했다.
박민지는 최혜나와 뮤지컬 신데렐라를 보러 갔다.
그런데 뮤지컬 신데렐라는 동화 속 그 신데렐라가 아니었다. 그냥 신데렐라가 국왕 그 자체였다.
“국왕폐하 신데렐라구만. 왕자와 결혼 후 신데렐라가 통치한다는 내용이잖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국가에서 생활비를 15만 원씩 주는 제도라니?” 신데렐라를 보고 나서 최혜나가 말했다.
“아. 드디어 우리가 원하는 국왕이 나왔다. 이 대목 맘에 든다. 여자가 통치한 국가 이야기 멋지다.” 박민지가 말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신데렐라가 국왕 일을 그만두고 내려놓았을 때 왕자가 국왕의 뒤를 이어 나라를 또다시 통치했다는 그런 내용이었잖아. 두 왕이 결혼했군.” 최혜나가 말했다.
“왕과 왕의 결혼 이야기라니
안된다고 하겠어요?”
“충분히?”
충격받은 표정을 짓자
“그 연구만 성공하면 병원장이 뭐야
올해는 프러포즈를 해야겠다. 고마워 친구야. 네 말대로 여자가 나를 좋아하는지 확신이 생겨야만 청혼을 할 수 있을 거 같네. 민호 덕분에 올해는 꼭 장가갈 것 같아.” 최동후가 말했다.
“나처럼 꼭 성공하길 바란다. 나는 벌써 다섯 살짜리 아기 아빠거든. 내가 너보다 장가를 먼저 가다니
꺼진 액정이 갑자기 켜지며 카톡 메시지 팝업창이 올라왔다. 선배였다.
- 야 빨리와
그냥 여행카페에서 간다고 하니까 노래 들어 보려고 광주에서 대전까지 온 사람들도 있었어. 대부분이 직장인이고
저희가 더 잘 부탁드리죠. 잘 부탁드려요!”
태훈 선배가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내 대신 원우의 손을 잡았다.
“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