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피닉스> 입니다.
전후 독일의 상황을 망가진 얼굴을 복원한 주인공인 넬리(니나 호스)에게 비유한 작품인데요.
넬리 개인에 집중하면서 읽어도 재밌을 것 같고, 전후 독일의 상황,
전쟁을 거치며 달라진 유대인과 독일인 간의 관계를 생각하며 읽어도 참 맛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외에도 여러 인물의 얘기가 교차하며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매그놀리아>,
유부녀의 유혹에서 시작해 홀로 일어나려는 청춘의 불안함을 묘사한 <졸업>,
남편에게 찾아온 45년 전 첫사랑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는 부부의 관계를 그린 <45년 후>,
두 친구의 인생 이야기인 <여덟 개의 산>,
하루아침에 절교하게 된 두 친구의 이야기인 <이니셰린의 밴시>,
인간의 성적 욕망을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낸 <님포매니악> 등도 좋았습니다.
2.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상
말 그대로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를 꼽아보고자 합니다.
올해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꽤 많이 봤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필모를 쭉 훑기도 했고,
픽사의 작품들도 많이 봤고, 실사화 영화를 보기에 앞서 원작 애니메이션을 보기도 했죠.
그래서 후보가 많기에 따로 한 번 골라봤습니다.
<이집트 왕자> - 브렌다 채프먼
후보 : 업(피트 닥터), 월-E(앤드루 스탠튼), 소울(피트 닥터),
이웃집 토토로(미야자키 하야오),
붉은 돼지(미야자키 하야오), 아노말리사(찰리 카우프만)
제 선택은 <이집트 왕자>입니다. 의외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제 입장에서는 제 인생 최고의 애니메이션 작품 중 하나가 아닌가 싶어요. 일
단 모세 이야기가 주는 기본적인 장엄함도 좋죠.
게다가 캐릭터들도 단지 평범한 악역, 선역이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정말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줘요.
이 작품이 선사하는 OST는 정말 최고라고 생각하네요. 어렸을 때도 좋았는데, 크고 나서 보니까 더 좋았습니다.
이 외에도 최고의 오프닝을 선사하던 <업>,
상상력의 극한을 보여준 작품이 아닐까 하던 <월-E>,
일상의 소중함과 삶의 목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던 <소울>,
정말 마음 편안해지는 작품의 끝이 아닐까 하는 <이웃집 토토로>,
뻔뻔하고 어이없는 개그 뒤에 느껴지는 전쟁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참 기억에 남는 <붉은 돼지>,
사람의 고독과 혼란한 마음을 정말 거침없이 표현해낸 <아노말리사> 역시 너무 좋았습니다.
3. 최고의 비주얼 상
말 그대로 최고의 비주얼을 선사하던 영화를 골라보겠습니다.
의상, 분장, 조명, 촬영 등등을 총망라해서 딱 제 눈에 가장 이쁘거나 멋있거나
꼭 그렇지 않아도 시각적으로 충격적인데 그것이 영화의 전체적인 톤과 적절하게 배합된 영화,
즉 보면서 와 하게 되는 영화를 골라보려고 해요.
<조조 래빗> - 타이카 와이티티
후보 : 서스페리아(루카 구아다니노), 콘크리트 유토피아(엄태화), 놉(조던 필),
라이트하우스(로버트 에거스), 노잉(알렉스 프로야스)
제 선택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조조 래빗>입니다.
당시의 참담한 상황,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몇몇 인물들을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표현해 낸 작품인데요.
작품 내 색채나 톤, 분장이나 의상 등이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모습과 참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강렬한 색의 사용에도 서늘함이 느껴지던 <서스페리아(2018)>,
대지진 이후 파멸해 버린 절망적인 상황을 제대로 묘사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처음 등장하던 괴물의 모습이나 집으로 떨어지는 피의 비가 눈에 선한 <놉>,
무채색의 답답한 느낌이 영화의 상황과 너무 적절하게 맞아떨어졌던 <라이트하우스>,
대재난이나 지구 멸망의 모습을 정말 적나라하게 묘사하던 <노잉> 역시도 훌륭했어요.
4. 최악의 영화상
모르겠습니다. 최악의 영화를 고르는데 거기다 상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아무튼 고르긴 골라보겠습니다.
<라방> - 최주연
후보 : 고티카(마티유 카소비츠), 용감한 시민(박진표), 뮬란 실사화(니키 카로),
인어공주 실사화(롭 마샬), 뉴 뮤턴트(조쉬 분), 루시(뤽 베송)
제 선택은 최주연 감독의 <라방>입니다.
기본적인 이야기부터 일단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급하게 끝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태를 점점 심각하게 만들기 위해 동원된 거의 모든 요소들이 무리수인데,
너무 사건이 커져서 도저히 정상적으로 마무리 하기 힘들어서 급하게 결론을 낸 듯한 느낌이랄까요?
연재 만화들에서 흔히 볼 법한 일들을 한 편의 영화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박성웅 배우마저 이 작품의 분위기나 배역과는 안 어울렸던 것 같아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실패한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이 외에도, 뻔하지만 그래도 흥미로울 법하게 시작해서 파국으로 영화가 끝난 <고티카>,
가볍게 볼 복수극이라기엔 너무 말도 안 되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용감한 시민>,
단 1%의 창의성 없이 원작을 그대로 Ctrl+C, Ctrl+V 했어도 평타는 쳤을 것을 말도 안 되는 설정 추가로 박살 나버린 <뮬란> 실사 영화,
주인공 캐스팅 논란이 가장 핫하지만 까고 보면 나머지 부분도 처참했던 <인어공주>의 실사 영화,
90분이라는 러닝 타임에 이것저것 열심히는 담았는데 건진 것은 하나도 없던 <뉴 뮤턴트>,
뇌 용량의 100%를 사용한다는 식상한 주제로 무리수만 펼치느라 눈만 화려했던 <루시>도 상당히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5. 최고의 엑스트라상
이 상이 아마 가장 애매하지 않을까 싶어요. 본디 주연과 조연을 명확하게 구분하기도 애매한 작품이 종종 있는데
어디까지가 조연의 범위이고 어디까지가 엑스트라의 범위인지 애매합니다.
제가 뽑은 기준은 총 세 가지인데요. 1, 2, 3순위의 조연이 아니거나 등장 횟수가 현격히 적거나,
극의 전개에서 비중이 현격히 낮은 캐릭터 중에서 정말 인상 깊은 연기로 눈을 사로잡았던 배우를 뽑아보려고 해요.
이 사람이 어떻게 엑스트라임? 하실 수 있겠지만요.